주말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I 서밋에서 현대차그룹이 엔비디아와 로봇 레퍼런스 플랫폼을 같이 만들기로 했어. 국내 대학과 연구소, 스타트업에 표준화된 연구용 로봇 모델을 제공하는 거야.
정의선 회장이 그 자리에서 한 말이 이거였어. 현대차그룹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피지컬 AI는 도시 레벨의 통합 지능화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개별 디바이스 지능화에서 시작해 공장 같은 특정 공간으로, 최종적으로 도시 단위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야.
로봇 뉴스가 요즘 정말 많이 나와. 휴머노이드가 걷고, 뛰고, 공중제비를 돌아. 영상을 보면 이미 다 된 것 같아.
그런데 나는 다른 영상을 하나 봤어. 국내 자동차 부품 공장에 휴머노이드를 도입한 중소기업 이야기야.
그 회사 담당자가 한 말이 계속 머리에 남아.
"물건을 잡아도 촉감이 없어요."
걷는 로봇 말고, 만지는 로봇 이야기를 할게.
9년 전에도 똑같은 선언이 있었다
2017년 테슬라의 실패
2017년에 테슬라가 "기계가 기계를 만드는 공장"을 선언했어. 완전 자동화 라인이야. 모델3를 주당 5,000대 뽑겠다고 했지.
결과는 실제 생산량이 목표치의 3.7~7% 수준이었어. 일론 머스크 본인이 "생산 지옥"이라고 불렀고, 자동화를 과신했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했어. 그리고 라인을 다시 사람으로 채웠어.
9년이 지난 지금, 현대차는 2028년에 자체 개발 로봇을 공정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했어.
같은 이야기를 하는 걸까, 다른 이야기를 하는 걸까.
이걸 판단하려면 2017년에 뭐가 막혔는지, 그게 지금 뚫렸는지를 봐야 해. 로봇이 얼마나 멋있게 걷는지가 아니라.

진짜로 바뀐 것: 학습 방식
바뀐 건 학습 방식이야.
10년 전 로봇은 룰 기반이었어. 발걸음 하나하나를 사람이 코딩하고 계획했어. 그래서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오면 그냥 넘어졌어. 프로그래머가 안 적어둔 상황이니까.
지금은 강화학습이야. 시뮬레이션 안에서 수백 배 빠른 속도로 넘어지고 일어나기를 반복해. 여러 대가 동시에 학습하고 경험을 공유하고.
숫자로 보면 실감이 나. 실제 세계에서 300~400일 걸릴 학습을 시뮬레이션에서 4~6시간 만에 끝내.

성과도 확실해. 카이스트가 만든 휴머노이드는 모터, 감속기, 전장, 설계, 강화학습까지 전부 국내 기술로 완성했고 문워크랑 발차기까지 배웠어.
시야 없이 장애물을 넘는 블라인드 로코모션도 돼. 카메라 정보가 불완전해도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게 하는 기술이야.
그래서 걷기는 해결됐다고 말해도 돼. 2017년 대비 명백히 다른 세계야.
그런데 전문가들이 붙이는 단서
로봇 연구자들이 여기에 꼭 붙이는 단서가 두 개 있어.
첫째, 강화학습으로 배운 로봇은 훈련한 동작을 잘하는 거지 아무 동작이나 잘하는 게 아니야. 문워크를 배운 로봇이 처음 보는 작업을 잘한다는 보장이 없어.
둘째, 시뮬레이션과 현실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있어. 업계에서 sim-to-real 갭이라고 불러. 시뮬레이션 안의 마찰력과 실제 바닥의 마찰력이 다르고, 그 차이가 쌓이면 동작이 무너져.
그리고 블라인드 로코모션도 오해하기 쉬운데, 이건 "눈이 없어도 잘 걷는다"는 자랑이 아니야. 시각 정보가 불완전한 순간에도 시스템이 붕괴하지 않게 하는 최소 안전장치에 가까워.
그러니까 걷기는 해결됐어. 문제는 걷기가 공장에서 하는 일의 아주 작은 부분이라는 거야.
마지막 한 칸에서 40년째 사람이 안 빠진다
자동차 공장의 네 공정
자동차 생산은 크게 네 공정으로 나뉘어. 프레스, 차체, 도장, 의장.

앞의 세 개는 이미 로봇이 해. 철판을 찍고, 용접하고, 페인트를 뿌리는 일이야. 힘이 세고 정밀하고 반복적이야. 동선이 고정돼 있고. 로봇이 잘하는 일이지.
마지막 의장 공정만 사람이 남아 있어. 좁은 차 안에 들어가서 배선을 넣고 시트를 조립하는 일이야.
왜 못 하나
현장에서 40년 가까이 일한 분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어. 하기 싫어서 안 한 게 아니라 할 수 없어서 못 한 공정이라고.
왜 못 하냐면, 이 일에는 감각이 필요하거든.
볼트를 조일 때 손목에 걸리는 토크. 부품을 어깨로 밀어 넣을 때의 저항. 다 들어갔는지 손끝으로 확인하는 감. 이게 안 되면 배선이 눌리거나 부품이 깨져.
그분이 은퇴 전에 선배들의 노하우를 글과 영상으로 아카이브로 남겼대. 좋은 시도였지. 그런데 본인 평가가 이거야.
문서로 옮길 수 있는 숙련은 70~80%. 나머지 20~30%는 사람마다 달라서 표현이 안 된다.
이 20~30%가 지금 로봇 산업 전체의 병목이야.
영상에는 힘이 안 찍힌다
데이터의 종류가 다르다
언어모델은 학습을 거의 마쳤어. 인터넷에 있는 텍스트를 다 먹었으니까. 그래서 요즘 "데이터가 고갈됐다"는 말이 나오는 거고. 일리야 수츠케버가 사전학습 시대는 끝났고 데이터는 AI의 화석연료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야.
로봇은 정반대야. 데이터가 아예 없어.
업계 사람들이 하는 표현이 있어. 10만 년치 데이터가 더 필요하다는 거야. 과장 섞인 표현이지만 방향은 정확해.
왜 그렇게 많이 필요하냐면, 영상만으로는 안 되기 때문이야.
유튜브에 사람이 나사를 조이는 영상이 수백만 개 있어. 로봇이 그걸 다 봐도 배울 수 없는 게 있어. 얼마나 세게 눌렀는지, 손목을 어느 각도로 비틀었는지, 저항이 느껴졌을 때 힘을 더 줬는지 뺐는지.
영상에는 힘이 안 찍혀.
그러니까 사람 데이터를 그대로 가져오는 것만으론 부족하고, 데이터의 종류 자체가 달라야 해. 로봇이 실제로 만지면서 만든 힘·토크 데이터가 필요해.
그리고 그 데이터는 지금 존재하지 않아. 만들어야 해.
모라벡의 역설
이 상황을 가장 잘 설명하는 개념이 모라벡의 역설이야.
체스와 바둑은 컴퓨터가 인간을 이겼어. 근데 걷기랑 물건 집기는 아직도 어려워.
이유가 재미있어. 체스는 인류 역사에서 아주 최근에 만든 게임이야. 몇백 년밖에 안 됐어. 반면 걷기와 사물 인식은 인류가 생존을 위해 수십만 년 동안 발달시킨 능력이야. 그만큼 우리 몸에 깊이 박혀 있고, 그래서 우리는 그게 어렵다는 걸 못 느껴.
우리가 어렵다고 느끼는 건 기계에게 쉽고,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하는 건 기계에게 어려워.
지금 로봇 산업이 정확히 그 벽 앞에 서 있어.
현장에서는 실제로 이렇게 굴러간다
로봇 인턴 이야기
국내 중소기업 사례가 이 격차를 정확히 보여줘.
직원 80여 명 규모, 창립 17년 된 자동차 정밀부품 회사가 키 168센티미터, 80킬로그램대 휴머노이드를 도입했어. 로봇 인턴이라고 불러.
맡긴 일은 15킬로그램 미만 부품 박스를 초음파 세척기로 옮기는 거야. 단순 반복 작업이고, 목적은 직원들의 근골격계 질환과 관절염 예방이야.
교육 방식은 VR 헤드셋과 조종기를 쓴 텔레오퍼레이션 기반 모방학습이야. 사람이 로봇 몸을 대신 움직여서 동작을 보여주면 로봇이 따라 배워.
그런데 담당자가 토로한 게 아까 그 말이야. 물건을 잡아도 촉감이 없다는 것.
로봇은 낮에 학습하고, 작업자들이 퇴근한 저녁에 라인에 투입돼. 완성도 99.9%를 목표로 훈련 중이고, 6개월 수습을 거쳐 정식 입사할 예정이래. 이름도 붙여줬고.
선배 직원들의 평가
냉정해. 신입사원 같다, 손이 많이 간다, 아직 내가 먹고 살 길은 많이 남아 있다.
이유가 두 가지야. 하나는 제품을 만졌을 때 수치로 안 잡히는 미세한 이상을 감으로 잡아내는 능력. 다른 하나는 매일 달라지는 돌발 상황 대응 능력.
이 회사 대표의 논리가 눈에 띄어. 현대차 수준의 수천억을 넣을 순 없지만, 작은 돈이라도 먼저 넣어서 현장 문제와 안전 이슈를 먼저 겪어보는 게 중요하다는 거야.
그리고 도입 목적이 대체가 아니야. 매출을 늘려서 같은 인원으로 더 많이 만드는 것, 즉 1인당 생산성을 올리는 거야.
테슬라도 완전 자동화 실패 이후 피지컬 AI로 고용을 늘리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어. 실패에서 배운 게 "자동화를 포기한다"가 아니라 "역할을 나눈다"였던 거지.
그래서 수혜 지도가 달라진다
완성품이 아니라 부품 레이어
휴머노이드 테마를 볼 때 대부분 완성품 회사를 봐. 걷는 로봇을 만드는 회사 말이야.
근데 병목이 촉각 데이터라면, 돈은 다른 데서 먼저 벌려.

감속기, 모터, 액추에이터. 힘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부품이야. 촉감 없이 잡으면 부품이 깨지니까, 힘을 감지하고 되먹임하는 역구동성 액추에이터가 핵심이 돼.
촉각 센서. 지금 가장 비어 있는 칸이야. 시각 센서는 카메라 산업이 이미 성숙했는데, 촉각은 표준도 공급망도 아직 형성 중이야.
텔레오퍼레이션 장비. 로봇을 가르치려면 사람이 원격으로 조작해서 데이터를 만들어야 하니까, 데이터 수집 인프라 자체가 산업이 돼. 앞의 중소기업 사례에서 VR 헤드셋과 조종기를 썼다는 게 이 얘기야.
지난주 뉴스가 다르게 읽힌다
이 관점에서 보면 지난주에 나온 뉴스 하나가 완전히 다르게 보여.
현대모비스가 보스턴다이내믹스향 액추에이터의 단독 벤더로 확정됐어. 그리퍼를 제외한 31개 액추에이터 전부야. 11월에 시작품을 납품해.
계약 구조가 흥미로워. 지적재산권은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갖고, 현대모비스는 양산 리엔지니어링과 2·3차 벤더 선정권을 가져.
이게 무슨 뜻이냐면, 설계는 내 게 아니지만 "실제로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바꾸는 일"과 "누구한테 하청을 줄지 정하는 권한"은 내 거라는 뜻이야.
로봇 산업에서 이 위치가 생각보다 좋아. 왜냐면 휴머노이드 설계는 계속 바뀌거든. 어떤 회사가 이길지 지금 아무도 몰라.
그런데 어떤 설계가 이기든 액추에이터는 누군가 대량으로 만들어야 해. 설계 경쟁의 승패에 덜 노출되면서 물량에는 노출되는 자리인 거지.
아틀라스 양산이 본격화되는 2027년 이후가 실제 매출 구간이야.
그리고 휴머노이드보다 먼저 돈이 되는 것
여기에 하나 더.
LG전자가 스마트팩토리솔루션센터장을 상무에서 전무로 올리고, 기존 책임자를 CEO 직속 로보틱스사업센터장으로 신설 이동시켰어. 7월 26일 인사야.
조직을 2024년에 신설한 뒤 2년 만에 수주 5,000억 원을 했고, 2030년 외부 매출 조 단위를 목표로 해.
AI 투자가 데이터센터를 넘어 제조 현장으로 번지고 있다는 뜻이야. 공장 자동화, 디지털 트윈, 산업용 로봇.
휴머노이드보다 먼저 돈이 되는 건 공장 자동화라는 뜻이지.
정직하게 반대편
첫째, 이 테마는 시간이 길어. 현대차의 2028년 공정 투입도 전 공정이 아니라 제한된 범위일 가능성이 높아. 의장 공정 전체를 로봇이 하는 그림은 훨씬 뒤야. 앞에서 본 촉각 데이터 문제가 그때까지 풀린다는 보장이 없거든.
둘째, 액추에이터 단독 벤더라고 해도 물량이 나와야 매출이야. 시작품 31개를 납품하는 것과 연간 수만 대분을 납품하는 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고, 그 사이에 IP 보유자가 벤더를 바꿀 수도 있어. 단독 벤더 지위는 계약이지 영구권이 아니야.
셋째, 로봇 전문가들이 반복하는 말이 있어. 생긴 것과 기능만 비슷할 뿐 인간과 완전히 다른 원리로 작동하는 시스템이라는 거야. 인간을 그대로 대체하는 그림 자체가 틀렸을 수 있어. 그러면 "사람 몇 명분"으로 계산하는 시장 규모 추정도 다 틀리게 돼.
넷째, 관심이 이미 높아. 관심이 높다는 건 좋은 소식이 이미 가격에 들어가 있을 가능성도 높다는 뜻이야. 지난주 국내 시장에서는 반도체에서 산업재로 자금이 옮겨갔고, 로봇도 그 흐름에 올라타 있어.
결론
로봇 뉴스를 볼 때 나는 이걸 기준으로 봐.
걷는 영상이 나오면 그건 이미 해결된 문제의 시연이야. 새 정보가 아니야. 아무리 화려해도.
만지는 영상이 나오면, 그리고 그게 힘 조절이 필요한 작업이면 그때 주목해야 해.
앞으로 확인할 건 세 가지야.
하나, 11월 액추에이터 시작품 납품이 일정대로 되는가. 그리고 이후 양산 물량 계약이 공개되는가. 시작품과 양산 사이가 이 테마의 첫 번째 관문이야.
둘, 촉각 데이터를 대량으로 수집하는 방법론이 등장하는가. 텔레오퍼레이션 기반 데이터 수집이 산업 규모로 커지면 그게 진짜 전환점이야. 언어모델에서 인터넷 텍스트가 했던 역할을 뭐가 대신할지가 관건이거든.
셋, 2028년 현대차 의장 공정 투입의 실제 범위가 어디까지로 공개되는가. 전 공정인지 일부 작업인지에 따라 이 산업의 시계가 몇 년씩 달라져.
지금 로봇 산업의 병목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데이터고, 그 데이터는 카메라가 아니라 손끝에서 나와.
그래서 당장의 돈은 걷는 로봇이 아니라 만지는 부품 쪽에 먼저 흐를 거야.
용어 한 줄 정리
- 피지컬 AI화면 안이 아니라 실제 물리 세계에서 움직이고 작업하는 인공지능을 가리킵니다.
- 강화학습시뮬레이션에서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스스로 동작을 익히는 학습 방식. 사람이 동작을 일일이 코딩하던 방식을 대체했습니다.
- sim-to-real 갭시뮬레이션에서 배운 동작이 실제 환경의 마찰이나 오차 때문에 그대로 재현되지 않는 간극입니다.
- 블라인드 로코모션시각 정보가 불완전해도 넘어지지 않고 보행을 유지하는 기술. 자랑이 아니라 최소 안전장치에 가깝습니다.
- 텔레오퍼레이션사람이 원격으로 로봇 몸을 대신 움직여 동작을 시범 보이는 방식. 로봇 학습 데이터를 만드는 수단입니다.
- 액추에이터전기 신호를 실제 움직임으로 바꾸는 구동 장치. 로봇의 관절에 해당합니다.
- 역구동성외부에서 가해진 힘을 되짚어 감지하고 반응하는 성질. 물건을 깨뜨리지 않고 잡으려면 필요합니다.
- 모라벡의 역설사람이 어렵다고 느끼는 계산은 기계에 쉽고, 걷기나 집기처럼 무의식적으로 하는 일은 기계에 어렵다는 관찰입니다.
- 의장 공정자동차 생산의 마지막 단계로 좁은 차 안에서 배선과 시트를 조립하는 작업. 아직 사람이 남아 있는 공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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