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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turvana Research · 아티클 · 2026-07-27
DEEP DIVE

2018년 저PER 매수 리포트 60건의 결말, 반도체 저평가론의 함정

발행 2026-07-27DEEP DIVE
KEY TAKEAWAYS

3줄 결론

  1. 2018년에도 저PER을 근거로 한 매수 리포트가 6개월간 60건 나왔고, 목표주가 하향은 마지막 사흘에 몰렸다.
  2. 사이클 기업의 PER은 이익이 정점일 때 가장 낮아지므로, 저PER은 매수 신호가 아니라 이익 피크 신호일 수 있다.
  3. 지금과 2018년을 가르는 숫자는 재고이며, 공급사 재고가 다시 채워지기 시작하는 순간이 매도 신호다.
READING GUIDE

이 글을 읽으면 알게 되는 것

  • 셀사이드 목표주가 하향이 구조적으로 늦을 수밖에 없는 이유
  • PER의 분모가 무너지는 걸 지표가 알려주지 않는 메커니즘
  • 씨티 재고 도표로 본 2018년과 2026년의 결정적 차이
  • 저PER을 논거로 쓸 때 반드시 함께 확인해야 할 짝 지표

요즘 반도체 리포트를 보면 거의 다 같은 문장이 들어가 있어.

"12개월 선행 PER 4.71배. 역사적 저평가 구간."

숫자만 보면 반박이 어려워. 코스피 평균이 열 배가 넘는데 다섯 배도 안 되잖아. 게다가 실적은 사상 최대야. 2분기 세전이익이 코스피 사상 처음으로 100조를 넘었다는 얘기까지 나와.

그런데 나는 며칠 전에 자료 하나를 봤어.

2018년 4월 30일부터 10월 29일까지, 딱 6개월 동안 국내 증권사들이 SK하이닉스에 대해 쓴 리포트 목록이야. 총 60건.

목표주가는 78,000원에서 135,000원 사이. 투자의견은 거의 전부 매수. 중립이 2건, 트레이딩 바이가 1건이야.

그리고 그 리포트들 제목과 요지가 이래.

반도체 5 2018리포트

그 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우리는 알고 있어.

겁주려는 게 아니야. 같은 논거가 두 번 나왔을 때 뭘 확인해야 하는지를 2018년 자료로 짚어볼게.

60건이 남긴 기록

제일 무서운 건 하향 시점이야

저 60건에서 제일 무서운 건 개별 리포트가 틀렸다는 게 아니야.

목표주가 하향이 언제 시작됐는지야.

10월 26일에서 29일 사이. 6개월 내내 매수를 외치다가 마지막 사흘에 일제히 내렸어.

그리고 그 직전까지의 논거가 전부 "저PER"이었어. 10월 29일 자 리포트 제목이 "2018년 예상 PER 2.9배, 저렴한 수준을 넘어서 있다"였는데, 바로 그날 다른 곳들은 목표가를 내리고 있었던 거야.

애널리스트가 게을러서가 아니야

이건 구조의 문제야.

애널리스트는 회사가 주는 정보와 업계 데이터로 다음 분기 이익을 추정해. 그런데 사이클 기업의 이익은 어느 날 갑자기 꺾이는 게 아니라, 꺾인 다음에야 숫자로 확인돼.

그래서 추정치를 내릴 명분이 생기는 시점이 이미 주가가 반영을 끝낸 뒤야.

여기에 하나 더 있어. 목표주가를 먼저 내리는 애널리스트는 리스크를 져. 틀리면 "혼자 겁먹었다"는 소리를 듣거든. 반대로 다 같이 내리면 아무도 책임지지 않아. 그래서 하향은 몰려서 나와.

그래서 목표가 하향은 언제나 늦어. 이건 2018년만의 얘기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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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저PER이 함정이 되나

분모를 봐야 해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거잖아. 분모가 이익이야.

일반 기업은 이익이 완만하게 움직이니까 PER이 낮으면 진짜 싼 거야. 소비재나 통신 같은 업종에서는 이 해석이 대체로 맞아.

그런데 사이클 기업은 달라. 이익이 몇 배씩 오르내려.

호황의 정점에서 이익이 사상 최대를 찍으면, 분모가 가장 커져. 그러면 주가가 그대로여도 PER은 최저가 돼.

즉 사이클 기업의 PER은 가장 위험한 순간에 가장 싸 보여.

반대로 불황의 바닥에서는 이익이 거의 0이니까 PER이 수백 배가 되거나 아예 계산이 안 돼. 그때가 진짜 싼 건데 지표상으로는 제일 비싸 보여.

사이클 기업에서 저PER은 매수 신호가 아니라 이익 피크 신호일 수 있어.

2018년 숫자로 확인해보자

2018년 그 60건이 정확히 그 상황이었어.

2018년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이 20조 원대였거든. 사상 최대였어. 그래서 PER이 2.9배였던 거야. 싸서가 아니라 그해 이익이 너무 커서.

그리고 2019년 영업이익은 2조 7천억 원으로 떨어졌어. 8분의 1 토막이야.

반도체 2 이익붕괴

PER 2.9배는 틀린 계산이 아니었어. 계산은 정확했지. 다만 분모가 다음 해에 8분의 1이 될 거라는 걸 그 숫자가 말해주지 않았을 뿐이야.

지표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 다만 지표가 답하지 않는 질문이 뭔지를 우리가 알아야 해.

그럼 지금도 똑같은가

가르는 숫자를 찾아야 해

2018년과 지금이 구조적으로 같다면 저PER 논거는 위험 신호야. 다르다면 이번엔 진짜 저평가일 수 있어.

그러니까 그때와 지금을 가르는 숫자를 찾아야 해. 나는 그게 재고라고 봐.

씨티가 낸 재고 도표

며칠 전에 씨티가 낸 도표를 봤는데, 이게 이번 주 최고의 반박 데이터였어. 2026년 3분기 기준 추정치야.

반도체 1 재고

낸드 공급사 재고가 2.6주. 정상이 7주니까 63% 부족해. 참고로 직전 피크는 2019년 1분기에 26.7주였어.

하이퍼스케일러가 들고 있는 SSD 재고가 3.0주. 정상 대비 57% 부족. 직전 피크는 2019년 1분기 24.0주.

D램 공급사 재고가 2.7주. 61% 부족. 직전 피크는 2023년 1분기 14.2주.

하이퍼스케일러 D램 재고가 2.5주. 64% 부족. 직전 피크는 2019년 1분기 17.0주.

유통 채널도 낸드 5주, D램 4주야. 정상이 15주인데 말이야.

그리고 수급 충족률이 70%에서 50%로 떨어졌어. 달라는 물량의 절반밖에 못 준다는 뜻이야.

여기서 날짜를 다시 봐

직전 피크 시점을 다시 봐. 2019년 1분기.

2018년 그 60건의 리포트가 나온 직후야.

그러니까 2018년 하반기는 재고가 20주 넘게 쌓여가던 국면이었어. 창고에 물건이 넘치는데 리포트는 저PER이라고 쓰고 있었던 거야.

지금은 창고가 비어 있어.

이게 그때와 지금을 가르는 첫 번째 숫자야.

두 번째 차이는 계약서다

2018년에는 없던 것

주말에 샌프란시스코에서 한미 반도체 협력 9,500억 달러가 발표됐어. 삼성전자가 브로드컴과 5년간 2,000억 달러, SK그룹이 7,500억 달러 규모야. 이 중 메모리 장기공급계약 비중이 상당해.

내가 지난주에 계약서 얘기를 하면서 이렇게 정리했어. 장기공급계약이 바꾸는 건 호황기 최고 이익의 높이가 아니라, 불황기 최저 이익의 바닥이라고.

2018년에는 이런 게 없었어. 메모리는 스팟 가격에 그대로 노출돼 있었고, 그래서 수요가 꺾이는 순간 가격이 자유낙하했어. 8분의 1 토막이 난 게 그 구조 때문이야.

지금은 물량과 기간이 미리 묶인 부분이 있어.

확인해야 할 숫자

내가 본 자료 중에는 두 대형 메모리 기업 합산 장기계약 물량 비중을 40~50%로 예상한 게 있어.

이 숫자가 이번 주 실적 발표에서 실제로 확인되는지가 중요해. 회사가 이걸 공개하느냐 안 하느냐부터가 신호야.

여기서 하나 짚을 게 있어. 계약서가 있다고 다 같은 계약서가 아니야. 물량만 정한 건지, 가격 하한선까지 정한 건지, 선급금이 걸려 있는지에 따라 불황 방어력이 완전히 달라지거든. 회사가 조건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말하는지를 봐야 해. 침묵도 정보야.

그래서 나는 2018년과 지금이 같다고 보지 않아. 재고와 계약 구조가 명백히 달라.

그런데 같은 장표 안에 반대 데이터가 있다

구축 효과

씨티의 같은 자료 안에 불편한 표가 하나 더 있어.

전방시장별 전망 표야.

반도체 4 전방시장

데이터센터는 전체 시장의 34%를 차지하는데 내내 강세야.

그런데 PC가 19%, 무선(스마트폰)이 16%, 소비자가전이 7%인데, 이 세 개가 2026년 1분기부터 일제히 약세로 표시돼 있어.

메모리 총수요가 폭발하는 게 아니라, 데이터센터가 PC와 모바일 물량을 빼앗아 가고 있다는 뜻이야. 구축 효과(crowding out)라고 해.

이건 중요한 구분이야. 수요가 커지는 것과 수요가 이동하는 것은 다르거든. 전자면 사이클이 길고, 후자면 뺏어올 물량이 떨어지는 순간 성장이 멈춰.

가격 저항이 시작됐다

같은 줄에서 읽어야 할 뉴스가 두 개 더 있어.

첫째, 퀄컴이 9월 1일 출하분부터 고객사에 두 자릿수 퍼센트 가격 인상을 통보했어. 메모리 값이 올라서 원가를 못 버티겠다는 거야. 스마트폰 칩 회사가 메모리 때문에 가격을 올리는 상황이야. 원가 상승이 부품 단계까지 내려왔다는 뜻이지.

둘째, 애플이 미국 외 판매 제품에 한해 중국산 메모리를 쓰게 해달라고 미국 정부를 설득하는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어. 마이크론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고. 미국에 2,5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근거로 들면서, 지금의 공급 부족은 과거 애플 같은 고객의 과도한 가격 압박이 초래한 결과라고 반박했어.

이게 왜 중요하냐면, 메모리 가격 협상력을 둘러싼 싸움이 처음으로 정치 영역으로 올라왔다는 뜻이거든. 시장에서 못 이기니까 규제로 풀려는 시도야.

가격이 너무 올라가면 고객은 대체재를 찾거나 아예 덜 쓴다는 오래된 법칙이 있어. 1970년대 원유 시장에서 배운 거야. 배럴당 2달러였던 유가가 40달러까지 갔더니 대체 에너지가 나왔고 수요 자체가 줄었지.

지금 애플이 하는 게 정확히 그 첫 단계야.

그래서 판별법

저PER은 짝을 지어야 한다

저PER은 그 자체로 아무 정보가 없어. 분모가 어디쯤 있는지를 모르면 해석이 불가능한 숫자야.

그러니까 저PER을 논거로 쓸 거면 반드시 짝을 지어야 해.

반도체 3 판별공식

저PER에 재고 과잉이 붙으면 위험이야. 이익 피크 신호일 가능성이 높아. 2018년이 이 조합이었어.

저PER에 재고 고갈이 붙으면 진짜 저평가일 수 있어. 지금이 이 조합이야.

언제 나가야 하는지도 알려줘

그리고 이 짝짓기가 알려주는 게 하나 더 있어. 매도 시점이야.

이번 사이클에서 진짜로 봐야 할 신호는 실적 발표도 목표주가도 아니야. 재고가 채워지기 시작하는 순간이야.

공급사 재고가 2.7주에서 4주, 5주로 늘어나기 시작하면, 그건 수요가 공급을 못 따라가기 시작했다는 첫 신호야.

그때 실적은 여전히 사상 최대일 거고, PER은 여전히 낮을 거고, 리포트는 여전히 매수일 거야.

2018년 10월이 정확히 그랬어.

매수 논거를 검증하는 것보다 매도 조건을 미리 정해두는 게 훨씬 어렵고, 훨씬 중요해.

정직하게 반대편

재고 데이터도 절대적인 건 아니야.

첫째, 저 숫자들은 추정치야. 3분기 예상치고, 회사가 공개하는 실제 재고와는 다를 수 있어. 셀사이드 추정은 회사 가이던스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고.

둘째, 재고가 낮은 이유가 수요가 강해서일 수도 있고 공급사가 의도적으로 조절해서일 수도 있어. 후자라면 언제든 바뀔 수 있지. 공급사가 증산 버튼을 누르는 순간 재고 논리는 약해져.

셋째, 재고가 비어 있어도 수요가 갑자기 사라지면 가격은 떨어져. 재고는 완충재지 방어막이 아니야.

넷째, 이건 반대 방향의 반론인데, 시장에는 정반대 시각도 있어. 헤지펀드 쪽에서는 메모리를 팔고 하이퍼스케일러를 사는 포지션이 표준처럼 자리 잡았대. 논리는 이거야. 완성차 마진이 10%인데 부품사 마진이 50%인 상태는 오래 못 간다는 것. 그리고 AI가 성공하려면 결국 컴퓨팅 비용이 내려가야 하는데, 그러려면 메모리 마진이 조정돼야 한다는 것.

이 반론에 대한 내 대답은 이래. 맞는 말이지만 시점을 말해주지 않아. 마진이 정상화되는 건 맞겠지만 그게 6개월 뒤인지 3년 뒤인지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거든.

그리고 그 시점을 알려주는 지표가 다시 재고야. 돌고 돌아 같은 자리로 와.

결론

2018년의 교훈은 "리포트를 믿지 마라"가 아니야. 그건 너무 쉬운 결론이고 도움도 안 돼. 그 리포트들은 대부분 성실하게 쓰였고 계산도 정확했어.

진짜 교훈은 이거야.

같은 논거가 두 번 나올 때, 그 논거가 무엇에 의존하는지를 봐야 해.

저PER은 분모에 의존해. 분모는 이익이고, 사이클 기업의 이익은 재고가 결정해.

그러니까 저PER 이야기를 들으면 자동으로 재고를 물어보는 습관을 들이면 돼. 그 한 가지만 해도 2018년의 실수는 피할 수 있어.

지금 그 답은 명확해. 창고가 비어 있어. 그래서 나는 지금의 저PER이 2018년과 다르다고 봐.

다만 그 판단은 재고 데이터에 의존하고 있어. 그러니까 재고가 채워지기 시작하면 나는 이 관점을 바꿔야 해. 이걸 미리 적어두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이번 주에 볼 것도 그거야. 실적 숫자가 아니라, 회사가 재고와 장기계약 비중에 대해 뭐라고 말하는지.

숫자보다 그 숫자를 만든 조건이 더 중요해.

TERM NOTES

용어 한 줄 정리

  1. 주가수익배수(PER)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 분모인 이익이 어디쯤 있는지를 모르면 해석할 수 없는 숫자입니다.
  2. 12개월 선행 PER지나간 이익이 아니라 앞으로 1년간 예상 이익으로 계산한 PER입니다.
  3. 사이클 기업업황에 따라 이익이 몇 배씩 오르내리는 기업. 이익이 정점일 때 PER이 가장 낮아 보이는 착시가 생깁니다.
  4. 셀사이드증권사 리서치처럼 매도 측에서 종목 분석과 투자의견을 내는 쪽을 가리킵니다.
  5. 스팟 가격장기계약 없이 그때그때 거래되는 현물 가격. 수요가 꺾이면 곧바로 자유낙하합니다.
  6. 장기공급계약(LTA)수년 치 물량이나 가격 하한을 미리 묶어두는 계약. 불황기 이익의 바닥을 만듭니다.
  7. 구축 효과한 수요처가 물량을 가져가면서 다른 수요처의 몫이 밀려나는 현상. 총수요 증가와는 다릅니다.
  8. 수급 충족률고객이 요청한 물량 가운데 실제로 공급된 비율. 떨어질수록 공급이 모자란다는 뜻입니다.
  9. 재고 주수보유한 재고가 몇 주치 판매량에 해당하는지를 나타낸 값. 사이클의 위치를 재는 기준 지표입니다.
출처
  • 국내 리서치 아카이브 SK하이닉스 리포트 목록 60건(2018.04.30~10.29) — 2차 / 원자료 확인
  • SK하이닉스 2018년·2019년 영업이익 — 1차 / 사업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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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교육·분석 목적의 리서치 기록이며 특정 종목의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본문의 수치는 작성 시점 기준이고, 가설이 틀릴 수 있음을 전제로 반증 조건과 확인 지표를 함께 적었습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는 투자자 본인에게 귀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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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26-07-27Futurva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