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5월 CPI가 4.2%로 나왔어. 3년 만에 최고치고, QQQ는 $689까지 밀렸지. 나스닥이 하루 -1.6% 빠지는 동안 다우는 -0.3%로 버텼어. 돈이 성장주에서 빠져나가는 전형적인 그림이야.
근데 이 와중에 진짜 흥미로운 질문 하나가 시장 바닥에 깔려 있거든.
"AI가 사무직을 다 대체하면, 직원 수대로 돈 받던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누구한테 돈을 받지?"
이 질문 하나로 시장은 서비스나우를 52주 고점 $211에서 $106까지, 정확히 반토막을 냈어. AI 시대의 승자라던 B2B 소프트웨어가 AI 때문에 죽는다는 역설. 그럴듯하잖아?
근데 이 질문, 전제가 이미 틀렸어.
## 1. 좌석의 종말
SaaS라는 비즈니스는 원래 좌석(seat) 장사야. 직원 1명당 라이선스 1개. 회사가 사람을 뽑을수록 소프트웨어 회사 매출이 늘어나는 구조지.
그러니까 "AI가 사무직을 줄인다"는 말은 SaaS한테 사형선고처럼 들렸던 거야. 직원이 줄면 좌석이 줄고, 좌석이 줄면 매출이 줄으니까. 올해 초 소프트웨어 섹터가 단체로 두들겨 맞은 SaaSpocalypse 공포의 본질이 이거였어.
논리 자체는 깔끔해. 문제는 이 논리가 작년 과금 구조 기준이라는 거야.
## 2. 과금이 사람에서 일감으로 옮겨갔다
서비스나우는 이제 Assist라는 크레딧으로 돈을 받아. AI가 인시던트 요약 하나를 만들면 차감. 답변 초안 하나를 쓰면 차감. 멀티스텝 작업 계획을 짜면 차감. 쉽게 말하면 토큰 과금이야. 사람 머릿수가 아니라 AI가 처리한 일의 양에 비례해서 돈을 받는 거지.
숫자가 이미 움직였어. 신규 계약의 50%가 비좌석 모델이고, AI 에이전트를 돌리는 고객은 인간 라이선스가 줄었는데도 워크플로우당 지출이 5배 이상 늘었다는 분석이 나와 (TechTarget, Seeking Alpha).
이게 왜 중요하냐면, 게임의 방향이 뒤집히거든. 사무직이 줄어들수록 그 일을 누군가는 해야 하고, 그걸 AI 에이전트가 하면 에이전트가 일할 때마다 과금이 도는 거야. AI가 일자리를 대체하는 속도가 곧 매출 성장 속도가 되는 구조.
IDC는 2030년까지 AI 에이전트가 22억 개 생긴다고 봐. 지구에 새로운 노동 인구가 통째로 하나 더 생기는 건데, 이 직원들은 월급을 안 받아. 대신 일한 만큼 토큰 요금을 내. 그 요금 고지서를 누가 발행하느냐의 싸움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거고.
서비스나우의 갱신율은 98%로 5개 분기 연속이야. 고객이 안 떠난다는 뜻이지. AI 제품(Now Assist) 연간 계약액은 작년 $6억을 넘었고 올해 목표가 $10억이야. 5월에 내가 썼던 데이터 해자 논리(기업 내부 워크플로우 데이터는 LLM이 학습 못 한다) 위에, 이제 과금 구조까지 얹힌 셈이야.
## 3. AI 직원의 두 번째 청구서 — 보안
사람 직원을 생각해봐. 입사하면 신분증 만들고, 출입 권한 주고, 뭘 잘못하면 감사를 받잖아.
AI 에이전트도 똑같아. 신원이 필요하고, 접근 권한이 필요하고, 이상행동 감시가 필요해. 가트너가 2026년 보안 트렌드 1위로 꼽은 게 정확히 이거야. AI 에이전트 감시(agentic AI oversight).
근데 지금 기업들 상태가 웃겨. AI 도입에 쓰는 돈이 AI 보안에 쓰는 돈의 17배고, 에이전트 도입 속도는 거버넌스 구축 속도의 8배야. 직원 22억 명을 뽑으면서 출입증 시스템은 아직 안 만든 회사라고 생각하면 돼. 이 갭이 전부 미래의 보안 지출이야. 올해 글로벌 보안 지출은 $2,442억으로 +13.3% 성장 전망이고 (가트너).
4월에 앤트로픽 미토스(Mythos) 나왔을 때 보안주 단체 폭락했던 거 기억해? AI가 제로데이를 수천 개씩 찾아내니까 보안 회사 다 죽는다는 공포였지. 근데 실제로 벌어진 일은 반대였어. 앤트로픽은 공개 배포 전에 Project Glasswing으로 보안 파트너 50곳에 모델을 먼저 줬고, 지금 150곳으로 늘렸어. 파트너들은 그걸로 패치를 만들고 있고. AI 랩이 보안 회사를 죽이는 게 아니라 유통 채널로 쓰는 구조가 공식화된 거야. 4월에 내가 쓴 1:N 구조(AI 도구 1개 = 보안 문제 N개) 그대로 가고 있는 거지.
## 4. 그럼 주가는 왜 반토막이냐
여기가 제일 중요한 레이어야. 서비스나우도, 보안주도, 펀더멘털이 망가져서 빠진 게 아니야. 분모가 비싸진 거야.
실질금리(물가 빼고 남는 진짜 금리)가 2.17%까지 올라왔어. 미래 이익을 현재가치로 당겨오는 할인율이 올라가면, 이익이 먼 미래에 있는 성장주일수록 계산값이 줄어들어. 6월 5일 폭락도 같은 메커니즘이었고. 고용도 실적도 멀쩡한데 주가만 줄어드는 멀티플 리셋 국면이지.
그래서 "지금 싸다"는 절반만 맞는 말이야. 이익 대비 가격은 분명 싸졌는데, 할인율이 더 오르면 더 싸질 수 있거든. 체크포인트는 미국채 10년물 5.0~5.5%야. 여길 뚫으면 자본이 주식 자체를 떠나기 시작한다는 게 주요 증권사들의 공통 임계값이고, 지금은 4.5% 부근이야.
## 5. 시나리오
QQQ $689 기준으로 세 갈래야.
하나, 유가가 6월 피크아웃하고 CPI가 따라 내려오는 경우. 실질금리가 풀리면서 멀티플이 복원되는 그림인데, 이때는 많이 눌린 소프트웨어·보안이 지수보다 베타가 커. QQQ는 신고가 $711 재도전. 확률은 40% 정도로 봐.
둘, 금리가 여기서 고착되는 경우. 지수는 박스에 갇히고, 결국 분자(실적) 싸움이 돼. 토큰 과금 매출과 보안 예산 성장이 시간을 벌어주는 종목만 버티는 장세. 확률 40%.
셋, 10년물이 5%대에 진입하는 경우. 멀티플 추가 압축이고 $630대까지 열어둬야 해. 확률 20%. 이때는 뭘 들고 있느냐보다 현금 비중이 중요해져.
결론은 하나야. 앞으로 "AI가 일자리를 없앤다"는 헤드라인이 나올 때마다 해고 숫자를 세지 말고 두 개를 봐. 에이전트 과금 매출이 실제로 찍히는지(서비스나우 Now Assist $10억 달성 여부), 그리고 보안 예산 증가율이 IT 예산 증가율을 계속 앞서는지. AI 직원은 월급을 안 받지만, 작업대 사용료와 출입증 관리비는 내. 그 돈이 흐르는 길목에 서 있는 회사를 찾는 게 이번 사이클 후반전의 숙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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