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트럼프를 믿었다. 이란은 안 믿었다.
QQQ $589. 어제 +1.4%.
트럼프가 "이란과 매우 생산적인 대화를 했다"고 트루스소셜에 올린 게 아침 7시 5분. Bloomberg에 따르면 그 뒤 5분 만에 S&P 500 선물이 급등했음. 브렌트유는 하루 만에 11% 폭락해서 $100 아래로 내려왔고, 3일간 완전히 멈춰 있던 미국 IG 채권시장이 재개되면서 즉시 6개 기업이 채권 발행에 나섰음. 러셀 2000은 3% 뛰면서 조정 영역에서 탈출.
시장은 트럼프의 말을 믿었음.
그런데 이란 외무부는 같은 시각 이렇게 말함. "테헤란과 워싱턴 사이에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대화는 없었다. 이건 심리전이다."
24시간이 지난 오늘, 브렌트유가 다시 $103. 시장도 뒤늦게 이란 쪽에 베팅하기 시작한 거임.
내 생각엔 시장이 맞음. 이란 말이 아니라, 이란에 베팅한 시장이.
1. 트럼프는 거짓말을 했을까?
거짓말이라기보단, 자기가 보고 싶은 걸 본 거에 가까움.
CBS 독점 보도에 따르면 이란 외무부 고위 관계자가 "중재자를 통해 미국의 메시지를 받았고 검토 중"이라고 밝혔음. 오만 외무장관이 이란 외무장관 아라그치와 통화한 것도 확인됨. 트럼프가 CNN에 "15개 합의 포인트가 있다"고 말한 것도 이 간접 채널을 근거로 한 것일 수 있음.
그런데 "메시지를 받고 검토 중"과 "매우 생산적인 대화를 했다"는 완전히 다른 말임. 트럼프는 후자로 포장했고, 시장은 그걸 샀음.
내가 보기에 실제로 벌어진 건 이런 거임. 오만이 미국의 메시지를 이란에 전달했고, 이란은 "받았다"고만 했고, 트럼프는 이걸 "대화가 진행 중"이라고 발표하면서 공격을 미룰 명분을 만든 것.
왜 명분이 필요했을까? 트럼프가 진짜 발전소를 폭격하면 유가가 $130을 넘기기 때문임. 이란 국방위원회가 "발전소 타격 시 페르시아만 전역에 기뢰를 설치하겠다"고 경고했는데, 이건 빈말이 아님. 사우디, UAE, 카타르까지 에너지 인프라가 마비되면 브렌트유 $150은 현실적인 숫자가 됨. 갤런당 $5를 넘는 미국 휘발유. 2026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에게 이건 정치적 자살행위임.
그러니까 5일 유예의 본질은 "협상이 진행돼서"가 아니라 "폭격하면 내가 더 손해라서"임.
2. 아버지의 전쟁을 물려받은 아들
여기서 이란 쪽을 봐야 함. 이쪽이 더 흥미로움.
카메네이가 2/28 미국-이스라엘 합동 공습으로 사망한 건 이미 알려진 사실임. 약 40명의 고위 군사 지휘관이 함께 죽었음. 단순한 암살이 아니라 이란 지휘 체계의 참수 작전이었음.
3/8, 전문가회의가 모즈타바 카메네이(아들)를 후임 최고지도자로 선출했음. 선출이라고 쓰지만, 실상은 IRGC가 밀어넣은 거임. 위원들에게 "반복적인 접촉과 심리적·정치적 압박"을 가했다는 보도가 있음.
이걸 이해하면 지금 이란의 행동 패턴이 보임.
모즈타바는 IRGC의 꼭두각시에 가까움. 아버지처럼 수십 년간 쌓아올린 종교적·정치적 권위가 없음. 지금 그의 정당성은 오직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데서 나옴. 취임 2주 만에 미국과 협상했다고 인정하면? IRGC가 그를 세운 이유 자체가 사라짐.
Soufan Center 분석에 따르면 모즈타바의 첫 공식 성명 핵심은 두 가지였음. 하나, "저항 전선의 협력을 통해 적을 제거하겠다." 둘, "적이 경험이 없고 취약한 다른 전선을 여는 것에 대한 연구가 진행됐다."
두 번째가 소름 돋는 대목임. "추가 전선"이 뭘 뜻하는지 구체적으로 안 밝혔지만, 후티의 홍해 공격 확대, 이라크 민병대의 미군기지 타격, 헤즈볼라 재활성화 같은 시나리오가 가능함.
내 판단은 이거임. 이란은 지금 협상할 수 없는 구조에 갇혀 있음. 모즈타바의 정치적 생존이 전쟁 지속에 걸려 있으니까. 트럼프가 "15개 합의 포인트"를 말해도, 이란 쪽에서 그걸 수용할 정치적 공간이 없음.
이게 시장이 유가를 다시 올린 진짜 이유임. 5일 뒤에도 달라지는 게 없을 거라는 합리적 예상.
3. 채권시장이 보낸 경고장
주식시장보다 채권시장이 진실을 먼저 말함. 항상 그래왔음.
3월 한 달간 글로벌 채권에서 $2.5조가 증발했음. 2022년 이후 최대 월간 손실. 그리고 이게 진짜 중요한 부분인데 — 국채가 안전자산 역할을 못 하고 있음.
보통 전쟁이 나면 투자자들이 국채로 몰리면서 금리가 내려감. 걸프전 때도 그랬음. 이번엔 정반대. 10년물 국채금리가 전쟁 전 3.8%에서 4.3~4.4%로 올라왔음. 왜? 유가 쇼크 → 인플레 → 중앙은행이 금리를 못 내린다 → 어쩌면 올려야 한다. 이 논리가 안전자산 수요를 압도하고 있기 때문임.
이건 1973년 오일쇼크 때의 패턴임.
1973년 아랍 산유국들이 석유 금수를 발동했을 때, 유가가 $3에서 $12로 4배 뛰었음. 미국 주식 -48%. 인플레 12%. Fed 금리 13%까지 인상.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단어가 대중화된 게 이때.
2026년이 1973년의 재현이 될 수 있을까? 내 대답은 "반만".
유사한 부분: 중동 분쟁 → 수송로 차단 → 유가 급등 → 인플레 → 금리 동결/인상 → 성장 둔화. 이 체인은 이미 작동하기 시작했음. BOE는 금리 인하 기대를 소멸시켰고, ECB도 동결. Fed도 "공급 쇼크"라는 명분으로 동결 중이지만, 유가가 $120을 넘기면 인상 논의가 시작될 수 있음.
다른 부분: 미국은 1973년에 석유 순수입국이었고, 지금은 순수출국. 이 차이가 결정적임. CBS에 따르면 미국 셰일 업체들은 올해만 $630억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음. 1973년에 미국 경제 전체가 침체에 빠졌던 건 에너지 비용 급등을 고스란히 수입에 의존해서 흡수해야 했기 때문인데, 지금은 그 충격의 상당 부분을 셰일 수익으로 상쇄할 수 있음.
그래서 "반만" 1973년인 거임. 스태그플레이션 경로는 열려 있지만, 미국에 한정해서 보면 1973년만큼 치명적이지 않을 수 있음. 유럽과 일본은 다른 얘기지만.
그리고 채권시장이 안전자산 역할을 못 한다면, 글로벌 자본은 어디로 갈까? 역사적으로 답은 하나임. 미국 주식과 달러. 다른 곳이 전부 더 아프니까.
4. 9,000발이 말해주는 것
CENTCOM이 오늘 발표한 숫자를 봄.
전쟁 시작 이후 24일간 — 미군은 9,000개 이상의 이란 표적을 타격했고, 이란 해군 함정 140척 이상을 파괴했으며, 9,000회 이상의 전투 비행을 수행했음.
하루 평균 375개 표적. 이건 걸프전의 공중전 강도와 맞먹는 수준임.
여기서 내가 주목하는 건 두 가지.
첫째, "5일 유예"는 발전소와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유예일 뿐, 군사 표적에 대한 공격은 하루도 쉬지 않고 계속되고 있음. 시장이 "유예 = 전쟁 축소"로 읽었다면, 그건 오독임. 미국은 이란의 재래식 전투력을 매일 갈아내고 있음.
둘째, 해군 140척 파괴가 핵심임. 호르무즈 봉쇄를 유지하려면 쾌속정과 기뢰부설함이 필요한데, 그 능력이 매일 줄어들고 있음. 미군 기뢰 제거율은 85%까지 올라왔음. 이란이 새 기뢰를 깔 능력과, 미국이 기존 기뢰를 제거하는 속도. 이 두 가지의 교차점이 호르무즈 재개의 실질적 타임라인임.
내 추정으로는 이란 해군의 호르무즈 통제 능력이 4월 중순쯤 임계점 이하로 떨어질 수 있음. 그게 유가의 구조적 하방 전환 시점이 될 거임. 트럼프의 협상이 아니라, 군사적 소진이 전쟁의 끝을 결정함.
걸프전도 그랬음. 6주 공중전으로 이라크 군사력의 40%를 파괴한 뒤에야 100시간 지상전이 시작됐고, 그 지상전은 사실상 청소 작업이었음. 미국이 지금 하는 것도 같은 패턴임.
5. IEA 4억 배럴의 진짜 의미
IEA가 4억 배럴 비축유 방출을 결정한 건 역사상 최대 규모임. 2022년 러-우 전쟁 때 1.82억 배럴 방출했던 것의 두 배가 넘음.
근데 솔직히 말하면 이건 눈속임에 가까움.
전 세계가 하루에 소비하는 원유가 약 1억 배럴임. 4억 배럴은 4일치. Al Jazeera 분석에서도 "stop-gap measure(임시방편)"이라고 했고, "원유가 평화가 올 때까지 밈 주식처럼 거래될 것"이라고 썼음.
그러면 왜 했을까? 진짜 목적은 유가를 $115~$120 이상으로 안 올리겠다는 심리적 천장을 설정하는 거임. 물리적으로 유가를 낮출 수는 없지만, "IEA가 4억 배럴을 풀었다"는 헤드라인 자체가 투기적 롱 포지션을 억제함. 실제로 브렌트유가 $113.71을 찍고 하락한 게 IEA 발표 직후였음.
이걸 미국의 큰 그림에 넣으면 이런 구도가 나옴.
군사적으로는 이란을 매일 소진시키고 (9,000 표적), 외교적으로는 "협상 중"이라고 포장하면서 시간을 벌고 (5일 유예), 에너지 시장에서는 IEA 방출 + 제재유 해제로 유가의 상한을 관리하고 ($115 캡), 그 사이 미국 셰일 업체는 $630억을 벌고 있음.
모순처럼 보이지만 전편에서 말한 것처럼, 이건 모순이 아니라 순서임.
6. 3/28 이후의 세계
5일 유예가 3/28 금요일에 만료됨.
내 시나리오는 이렇음.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 (55%): 트럼프가 유예를 다시 연장함. "협상이 진전되고 있다"는 명분으로. 이란은 또 부인할 것이고, 실질적 변화는 없지만 "폭격은 안 한다"는 신호가 유지됨. 유가는 $100~$110 밴드에서 등락. QQQ는 $570~$590에서 변동성 높게 움직임.
왜 이게 가장 유력하냐면, 트럼프에게 유예 연장의 비용이 가장 낮기 때문임. 폭격하면 유가 폭등 + 정치적 리스크. 아무것도 안 하면 "약하다"는 비판. 유예 연장은 "협상하는 강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군사 작전은 계속할 수 있는 최적의 선택지.
두 번째 시나리오 (25%): 이란 쪽에서 뭔가 움직임이 나옴. 공개적 협상은 아니더라도, 호르무즈의 "선별적 통행"을 확대하는 식의 무언의 양보. 유가 $90대 하락, QQQ $600+ 회복. 이란이 이렇게 나올 유인은 하나 — 군사적 소진이 임계점에 가까워질 때. 140척 파괴된 해군으로 6개월을 버틸 수 있다고 IRGC 사령관이 말했지만, 매일 375개 표적이 사라지는 속도를 감안하면 3개월도 버티기 어려울 수 있음.
세 번째 시나리오 (20%): 트럼프가 실제로 에너지 인프라 일부를 타격함. 이란이 기뢰 확대로 보복. 유가 $130+, QQQ $500~$520. 이 시나리오는 확률이 낮지만 테일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무시하면 안 됨.
7. 시간의 편
마무리.
이 전쟁에서 내가 가장 확신하는 한 가지가 있음. 시간은 미국 편이라는 것.
이란은 매일 군사 자산을 잃고 있음. 해군이 파괴되고, 기뢰가 제거되고, 공군력은 이미 첫 주에 무력화됐음. 호르무즈 봉쇄를 유지하는 물리적 능력이 날마다 줄어들고 있음.
반면 미국은 에너지를 수출하면서 돈을 벌고, 달러는 강세이고, 글로벌 자본은 미국으로 흘러들어오고 있음. 유럽이 채권 $2.5조를 잃고, 일본이 엔화 약세에 허덕이고, 아시아 전체가 인플레 파도에 대비하는 동안, 미국의 상대적 지위는 오히려 강화되고 있음.
어제의 안도 랠리를 믿으면 안 됨. 그리고 오늘의 유가 반등에 공포를 느낄 필요도 없음.
하루하루의 유가 움직임은 트럼프 트윗과 이란 외무부 성명에 흔들리지만, 구조적인 방향은 하나임. 이란의 봉쇄 능력이 소진되는 속도가 곧 이 전쟁의 타임라인이고, 그 타임라인은 미국이 설정하고 있음.
기뢰 제거율 85%. 이란 해군 140척 파괴. 9,000회 출격.
이 숫자들이 매일 올라가는 한, 호르무즈는 결국 열림. 그리고 호르무즈가 열리는 날, 유가는 빠지고, Fed가 인하 시그널을 보내고, 시장은 반등함. 걸프전 때 그랬고, 이번에도 그럴 거라고 봄.
문제는 "그때"가 언제냐인 건데, 내 추정으로는 4월 중순~5월 초. 이란 해군의 호르무즈 통제 능력이 임계점 이하로 떨어지는 시점. 그때가 이 게임의 변곡점임.
그때까지는 변동성을 견디면서, 이 게임의 끝그림을 보고 있어야 함.
출처: CNBC, Bloomberg, CNN, NPR, CBS News, Al Jazeera, Fortune, Reuters, CENTCOM, Soufan Center, Goldman Sachs, Morningstar, IEA, Time, Iran International, Foreign Affairs
본 글은 투자 권유가 아닌 정보 공유 목적이며, 투자 판단은 본인 책임입니다.